- 세계 각국 전주기 공급망 확보 ‘잰걸음’
세계 각국 전주기 공급망 확보 ‘잰걸음’
친환경 수소 운반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암모니아(NH3)와 관련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전주기 공급망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시기를 거치며 수소경제로의 전환이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긴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암모니아 운반선 발주가 증가하는 등 암모니아 시장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커지며 공급이 확대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최근 공급이 확대되고 있는 암모니아 시장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연소시 탄소배출 ‘無’, 제조·저장·수송 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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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모니아(NH3)는 질소와 수소로 이뤄진 무기화합물로 무색이며 특유의 자극적인 냄새가 나고 강한 부식성이 있는 맹독성 물질이다. 끓는점이 약 –33℃로 실온에서는 기체 상태로 존재한다. 전 세계 암모니아의 약 85%가 비료로 사용되며 냉매, 용매, 소독 세정제 및 합성수지 제조 등에 사용된다. 또한 순도 99.8% 이상의 고순도 암모니아는 화합물 반도체를 비롯해 LED, 태양전지 등에도 사용되는데 최근 암모니아 시장의 확대에 반도체와 LCD 패널 시장 성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암모니아는 일반 연료보다 점화하기 어렵고 화염속도가 매우 느려 연소 속도도 느린 특성이 있다. 석유 등의 연료, 염소가스 등과 혼합되거나 금, 수은, 탈륨 등의 중금속과 반응하면 급격한 폭발을 일으킨다. 더불어 미연소 암모니아 배출물은 공기보다 훨씬 가벼워 건조한 공기 중에서는 빠르게 상승하지만 해상에서는 공기 중의 습기와 반응해 선박 표면에 남아 선체 부식을 일으키기도 한다.
암모니아는 천연가스나 석탄을 원료로 수소를 만들고 공기 중에서 추출한 질소와 고온·고압에서 합성해 제조한다. 암모니아는 1차 개질 및 2차 개질, 가스전환, 가스정제, 합성의 과정을 거친다. 암모니아를 만드는데 세계 총 에너지의 1%를 소비하며 생산과정에서는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전 세계 CO2 배출량의 1.4%를 차지한다.
암모니아는 수소보다 제조와 저장, 수송이 편리하다. 기체 상태인 수소를 운송하기 위해선 액화해 부피를 줄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253℃까지 온도를 낮춰야 한다. 반면 암모니아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33℃만 유지하면 되기 때문에 부피가 작아 수소보다 1.5배 많은 양을 수송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에너지밀도 또한 액화 수소보다 1.7배가량 높아 수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편리하게 수소를 운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운송 수단 및 유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데다 이미 상용화돼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암모니아는 원료인 수소 생산방식에 따라 브라운, 그레이, 블루, 그린 암모니아로 구분한다. 브라운과 그레이 암모니아는 수소를 각각 석탄과 천연가스로부터 생산한 암모니아를 말하며 블루 암모니아는 브라운이나 그레이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저장한 암모니아를 말한다. 그린 암모니아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생산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한 그린수소로 만들어진다. 현재 생산되는 암모니아의 약 75% 가량이 천연가스로부터 나머지가 석탄을 이용해 만들어지며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비율은 1% 미만이다.
암모니아는 중국, 러시아, 미국, 인도 등에서 주로 생산된다. 현재 생산된 암모니아의 약 10% 가량만 이동된다. 2020년 기준 전세계 암모니아 생산량은 약 1억8,539만톤이며 수출량은 1,835만톤으로 알려졌다. 주요 수출국은 트리니다드 토바고,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알제리, 캐나다 등이며 주요 수입국은 미국, 인도, 모로코, 한국, 터키 등이다. 암모니아의 이동은 대부분 선박으로 이뤄지며 암모니아 수출입이 가능한 항만은 전세계 약 120개가 존재한다. 아울러 암모니아 수송 가능 선박은 170여척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천연가스 생산 증가에 따른 암모니아 경쟁력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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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글로벌 암모니아 생산능력은 약 2억3,800톤 수준이다. 암모니아 생산을 위해서는 질소와 수소가 필요하다. 질소는 공기 중에서 쉽게 획득 가능지만 화석연료를 통해 조달되고 있다. 따라서 암모니아 생산 비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는 화석연료의 조달 비용이기 때문에 중국(30%), 미국(9%), 러시아(9%)가 주요 생산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참고로 암모니아 생산을 위한 천연가스 소비량은 연간 170bcm에 이르며 석탄도 7,500만톤이 사용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암모니아 생산은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수소를 사용하는 그레이 암모니아에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그린 암모니아로 점차 전환될 예정이지만 불안정한 발전량과 낮은 효율을 감안할 때 CCS를 활용한 블루 암모니아가 가교 역할을 할 전망이다. 현재 암모니아 생산량 55%는 천연가스로부터 수소를 얻고 있기 때문에 암모니아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안정적인 천연가스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천연가스 생산 증가는 주로 중동, 미국, 러시아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2023년 기준 천연가스 생산량은 약 4,100bcm으로 미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중동지역은 2030년까지 생산능력을 크게 확대할 계획이다. 반면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와 원자력의 확대, 에너지 효율 증가로 천연가스 수요 증가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천연가스 가격이 낮게 유지될 경우 CCS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암모니아의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미국, 중동 지역(가스전 활용)과 같이 천연가스 가격이 저렴한 지역에선 천연가스를 판매하는 것보다 수소·암모니아를 생산, 판매하는 것이 부가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 환경 규제도 천연가스 대비 블루 암모이아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화증권 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암모니아 생산능력은 2023년 2억3,800만톤에서 2030년 3억1,100톤으로 30%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블루 암모니아는 기존 암모니아 프로젝트 대비 수익성도 높고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필요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규모 암모니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지역은 중동, 미국, 러시아 등으로 적극적인 천연가스 개발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미국은 아직까진 LNG 수출 위주지만 향후 풍부한 천연가스를 활용해 블루 암모니아를 수출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 내 ‘Proposed’ 단계 프로젝트의 수는 10개, 규모는 3,750만톤에 달한다. 이 중 OCI가 텍사스 보몬트에 건설 중인 110만톤 규모 설비는 2025년 가동 예정이며 예상 IRR은 15~20%로 기존 암모니아 프로젝트 10%에 비해 더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동 또한 천연가스 활용을 위해 블루 암모니아와 블루 수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중동은 에너지 수입국이 밀집한 동아시아와 향후 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동남아, 아프리카 지역과 지리적으로 근접해 암모니아 시장에서 역할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이에 이란, 사우디, UAE, 카타르 등이 중동 내 수소·암모니아 프로젝트들을 주도하고 있으며 현재 암모니아 생산능력 2,445만톤은 2027년까지 약 3,200만톤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사우디는 이미 2020년 9월 일본에 블루 암모니아 40톤을 수출한 바 있다.
2040년부터 그린 암모니아 본격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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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암모니아는 전 세계적으로 1억7,000톤 이상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운송을 위한 인프라는 갖춰져 있다는 평가다. 다만 암모니아는 보통 천연가스나 석탄을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선 탄소를 배출한다. 이에 따라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고 여기에 공기 중 질소를 합성해 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 암모니아 생산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 암모니아는 수소 캐리어 및 무탄소 연료로 탄소중립 시대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40년부턴 그린 암모니아 생산원가 하락으로 경제성을 갖추고 생산능력도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새롭게 건설될 그린 암모니아는 대부분 비료용이 아닌 수소 운반 목적이나 혼소발전용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그린 암모니아 보급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신재생에너지 공급 능력 ▲높은 수전해 비용 ▲프리미엄(정책적 규제와 지원) 부족이다. 이 중 수전해를 통해 생산된 그린수소의 가격은 3$/㎏~7.5$/㎏이며 그린 암모니아 생산원가는 최대 1,100$/톤 수준으로 예상된다. 반면 그레이 수소는 1.2$/㎏~2.2$/㎏로 그린수소 대비 3배 이상 저렴하며 그레이 암모니아 시장 가격도 410$/톤에 불과해 그린 암모니아 생산 원가의 37% 수준이다. 때문에 정책적 지원이 존재하지 않는 한 그린 암모니아는 단기 내 경제성을 갖추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내다보면 그린 암모니아 생산비용은 ▲신재생발전 비용 하락 ▲수전해 비용 감소 ▲생산 효율 증가 등으로 2040년까지 약 49% 가량 저렴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용 절감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수전해 설비는 아직 많은 발전이 필요하지만 스택 최적화와 저가 금속 재료 사용,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시스템 가격 하락을 기대할 수 있고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와 가격 하락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뿐만 아니라 낮아진 부품 가격도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암모니아 수요 확대
친환경 선박연료·수소캐리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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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모니아는 전세계 소비의 약 85%가 비료 제작에 쓰인다. 미래 암모니아 시장 전망에서도 비료의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새로운 암모니아 수요는 친환경 선박 연료, 화석연료 발전 혼소용, 수소캐리어 등을 중심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비료제작업체 Yara가 전망한 2050년 암모니아 수요는 비료·산업용 비중이 49%로 줄어들고 선박연료 비중이 39%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최근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선박연료도 친환경 연료인 암모니아 등이 각광받고 있으며 무엇보다 신재생에너지 확산과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앞두고 수소운반 역할을 하는 암모니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수소는 생산과 보관이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 재생에너지나 수소가 갖고 있는 지역적 편재성과 시간적 가변성을 해결할 수 있는 에너지 캐리어로서 암모니아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화리서치에 따르면 수소 캐리어로서의 암모니아 수요는 2040년 1,500만톤, 2050년 3,6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IRENA에서 전망한 수소 생산용 암모니아 수요는 오는 2050년 1억2,700만톤까지도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암모니아는 발전용 혼소 시장에서도 예의 주시되고 있다. 이는 암모니아를 석탄이나 천연가스와 함께 사용하게 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는 지난 2023년부터 2027년까지 USC급 보일러 암모니아 혼소발전 기술개발 및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3년 개정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 1차 국가 기본계획’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석탄발전기 58기 중 노후 발전기 20기를 폐지하고 암모니아 혼소율을 2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에 접해 암모니아 수출입이 용이하고 지리적으로도 향후 암모니아 수요가 가장 가파르게 증가하는 지역 중 하나인 동아시아 지역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일본, 한국, 대만은 석탄 발전 비중이 높고 신재생 발전 비용이 비싸 향후 암모니아 혼소 발전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그린·블루 암모니아 생산에 부적절해 암모니아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아시아 3개국이 혼소발전을 하기 위해 수입해야하는 암모니아는 2025년 50만톤 → 2040년 1,200만톤+α로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암모니아 운송은 강한 부식성이 있는 맹독성 물질로 상온에서 기체로 존재하기 때문에 운송이 쉽지 않다. 운반을 위해서는 액화 설비, 전용 저장탱크, 파이프라인 등 대규모 인프라 설비가 필요할뿐 아니라 대부분 장기공급계약을 통해 공급되는 만큼 대량의 암모니아를 취급할 수 있는 취급 업체의 경험 또한 중요하다. 국내 업체 중 이미 암모니아 운송 및 국내 유통이 가능한 업체는 롯데정밀화학을 비롯해 남해화학, SK가스 등이 있다.
앞으로 국내의 수소 및 암모니아 혼소발전용 수요, 무탄소 선박 연료 벙커링 공급 수요 등에 대응하기 위한 전주기 공급망의 확보는 매우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여러 혁신적인 제도 개선과 관련 기술개발이 동시에 이뤄지면 2050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한 수소 생태계의 조성에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호준 reporter@igas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