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터리 인증제 조기 시행·정보공개 의무화 등
정부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 발표
최근 연이은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해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전기차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지난 9월 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그동안 자동차업계 간담회,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기차 안전성 확보 ▲지하주차장 등 안전관리 강화 ▲화재 대응능력 강화 및 중장기적 대응방안 마련 등 분야별 세부 대책을 수립했다.
전기차 안전성 확보
배터리 관리 강화·충전시설 안전성 확충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정부는 전기차 제작·운행 전 과정에 걸쳐 관리체계를 강화에 나선다. 이에 당초 내년 2월 국내외 자동차업체를 대상으로 시행 예정이었던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는 오는 10월로 앞당겨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대국민 배터리 정보공개는 배터리 제조사와 제작 기술 등 주요 정보까지 의무적으로 공개한다. 공개 항목은 배터리 용량, 정격전압, 최고출력, 셀 제조사, 형태, 주요 원료 등이다. 또한 전기차 정기검사 시 배터리 검사항목(고전압절열 + 배터리 온도·충전·열화 상태, 누적 충·방전 등)을 대폭 늘리고 한국교통안전공단 검사소는 물론 민간검사소까지 전기차 배터리진단기 등 검사 인프라를 조속히 확충하는 한편 배터리 이력관리제는 내년 2월부터 차질 없이 시행키로 했다.
이와 함께 전기차 제작사와 충전사업자 등 사업자의 책임보험 가입을 확대해 전기차 화재로 인한 소비자 피해보호를 강화한다. 우선 정부는 내년부터 제조물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자동차 제작사에 대해서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제외하고 제조물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가로 추진한다. 아울러 충전사업자에 대해서는화재 발생 시 실효적으로 피해를 구제할 수 있도록 무과실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 자동차업체들이 시행중인 차량 무상점검을 매년 실시하도록 권고해 배터리 안전관리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어 정부는 배터리 안전성 확보를 위해 전기차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의 기능을 개선하고 운전자의 실사용을 늘려 사전에 화재를 감지할 수 있도록 했다. 우선 현대차·기아 등 자동차업체는 BMS 안전기능이 없는 구형 전기차에는 무료 설치를 추진하고 안전기능이 설치된 차량은 무상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또한 운전자가 배터리 이상 징후를 적시에 확인할 수 있도록 자동차업체는 BMS 연결·알림 서비스 무상제공 기간을 연장(예 : 5년→10년)하고 자동차 보험료 할인과 홍보 캠페인을 통해 사용자 확대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전기차 화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올해 안에 BMS의 ‘배터리 위험도 표준’을 마련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자동차 소유주가 정보제공에 동의한 차량을 대상으로 위험단계인 경우 자동으로 소방당국에도 알리는 시범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정부는 충전량을 제어해 BMS와 함께 이중 안전장치 역할을 수행하는 스마트제어 충전기 보급(2024년 2만기, 2025년 7만1,000기)을 확대, 화재 예방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미 설치된 완속충전기도 사용연한, 주변 소방시설 등을 고려해 스마트제어 충전(2024년 2만기 2026년 3만2,000기, 2027년 이후 27만9,000기)기로 순차적 교체한다. 아울러 이미 스마트 제어 기능이 탑재돼 있는 급속충전기는 생활거점별 보급(2024년 3.100기, 2025년 4,400기)을 늘려 충전기 안전성과 전기차 소유주 편의를 높일 계획이다.
지하주차장 등 안전관리 강화
소방시설 개선·점검 및 환경 개선
정부는 지하주차장 화재 발생 시 신속한 스프링클러 등의 작동이 확산 방지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다수의 전문가 의견 등을 고려해 관련장비 개선·확충을 통해 안전 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여나갈 계획이다. 이에 앞으로 모든 신축 건물의 지하주차장에는 화재 발생 시 감지·작동이 빠른 ‘습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키로 했다. 다만 동파 우려가 있는 건물에는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 설치도 허용된다. 또한 스프링클러가 이미 설치돼 있는 구축 건물은 정상작동 여부에 대한 평시 점검을 강화하고 화재 조기감지와 신속한 소화가 가능하도록 화재 감지기 및 스프링클러 헤드 교체 등 성능개선을 유도한다. 그 밖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소형 건물은 이미 설치돼 있는 연결살수설비 등을 활용해 신속하게 화재를 진압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신축 건물 등에 대한 화재감지기 설치기준도 강화하고 의무설치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공동주택 관리자 등에 대한 교육과 함께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임의 차단·폐쇄와 같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처벌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기존 건물에 대해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이던 전기차 주차구역·충전시설 확대 의무이행 시기를 지방자치단체 협조를 통해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 발생 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 지하주차장 내부 벽·천장·기둥 등에는 방화성능을 갖춘 소재를 사용하도록 내년 상반기까지 관련법령(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화재 대응능력 강화 및 중장기 대응방안 마련
정부는 화재 발생 시 소방당국의 원활한 화재진압을 위해 내년까지 전국 모든 소방관서(240개)에 이동식 수조, 방사장치, 질식소화덮개 등 전기차 화재 진압장비를 보급하고 성능개선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민·관 협업으로 군용기술을 활용해 지하주차장 진입이 가능한 무인 소형소방차를 연내 개발해 내년부터 보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공동주택 등의 전기차 충전시설 위치·도면 등의 정보를 소방관서에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관련 규정(대기환경부전법 등)을 개정해 유사시 신속한 화재진압 여건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공동주택 관계인 등이 화재발생 시 소방관서에 즉시 신고할 수 있도록 강화하고 안전신문고 등의 접근성도 개선하는 등 전기차 화재발생 시 신고·대응 매뉴얼 등도 정비한다. 더불어 ▲위기관리 매뉴얼 ▲전기차 화재 대응 가이드라인'등도 수정·보완해 배포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배터리 내부단락(쇼트)으로 인한 화재위험 등을 낮추기 위해 분리막 안정성 향상을 위한 첨가제 개발과 배터리팩 소화기술 개발 등을 추진하고 전고체 배터리 기술개발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내년부터 BMS 센서 다변화, 알고리즘 정확도 향상, 화재 전 가스배출 감지 및 냉각기술 개발 등을 추진, BMS의 화재진단·제어성능 고도화를 추진할 계호기이다.
한편 전기차 충전시설 위치 변경방안은 화재진압 여건 등을 고려한 관계부처 합동 연구와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추가로 검토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제도개선 등을 조속히 추진하고 지자체·업계 등과 협조해 나갈 것”이라며 “추가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은 소방청과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안전 T/F’에서 올해 말까지 논의하는 등 개선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호준 reporter@igas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