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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수소에도 컬러가? ‘컬러 수소’ 경쟁 본격화

기사승인 202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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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부터 화이트까지…미래 에너지산업의 화수분

   
 

전체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하는 수소는 연소 과정에서 탄소 등 지구온난화 물질을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궁극의 청정에너지’로 불리며 미래 에너지원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실온 상태에서 대부분 다른 분자와 결합해 있기 때문에 수소만을 분리해내는데 또 다른 에너지가 필요하다.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은 대략 30가지 이상으로 알려져 있으며 다양한 방법을 여러 기준으로 나눈다. 세계 각국은 이 수소를 어느 정도 분류할 필요성을 느끼며 색상으로 수소의 친환경성을 나눠 분류하기 시작했다. 이에 수소는 현재 사용되는 연료와 생산방식, 탄소배출 유무에 따라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청록수소, 핑크수소, 그린수소 등 다양한 컬러의 이름으로 불린다.

현재 수소의 다양성은 미래 에너지산업에서의 경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양한 컬러 수소는 소비자들에게는 더 나은 환경 성과를 내는 수소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들에게는 친환경 경영에 대한 더 큰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향후 무한한 발전을 통해 에너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컬러 수소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현재 생산되는 수소 대부분 ‘그레이수소’

화석연료 이용…CO2 발생

 

우선 생산과정에 따라 석유화학 공정 등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부생수소와 천연가스를 고온 및 고압에서 분해하며 만들어지는 개질(추출)수소, 물을 전기분해를 통해 만들어지는 수전해 수소로 나뉜다. 부생수소는 전체 수소시장에서는 미미하지만 석유화학, 제철 분야에서 원가 절감 차원에서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개질(추출)수소는 비교적 탄소배출이 적고 추출에 유리한 천연가스 분야가 성장할 전망이다.

   
 

그레이수소는 부생수소와 개질수소가 그레이수소에 속하며 현재 생산되고 있는 대부분의 수소(약 97%)가 그레이수소로 볼 수 있다. 부생수소는 석유화학·제철 공정의 부산물로 생산되며 개질(추출)수소는 천연가스,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원료로 이용해 생산된다. 즉 그레이수소는 화석연료를 통해 만들어진 수소이기 때문에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가 발생하게 되는데 그레이수소 1㎏ 생산당 이산화탄소 10㎏이 배출된다고 알려져 있어 친환경적이지 못한 느낌을 주는 그레이는 수식어가 붙게 됐다.

아무래도 그레이수소는 생산이 가장 쉽고 가격이 저렴(부생수소-생산비용 ‘0’에 근접, 개질수소 생산비용-그린수소 생산대비 20~30%)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소생산 방법이지만 생산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중장기적으로 이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현실적인 ‘블루수소’

CO2 배출 ↓…기술경쟁력 확보

 

이와 함께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와 생산방식은 같지만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을 활용, 온실가스의 배출을 최소해 청정수소로 분류된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시멘트, 반도체가스, 타이어 등의 소재로 활용된다. 즉 블루수소는 기존 그레이수소에서 이산화탄소를 뺀 수소라고 볼 수 있다. 그레이수소보다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기 때문에 친환경성이 높고 그린수소보다는 기술 숙성도가 높아 기술경쟁력이 확보돼 있어 현재 전 세계 수소시장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에서 그린수소로 넘어가야 하는 현재의 과도기 단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뿐 만 아니라 수소경제 사회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합리적 비용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전 세계 국가들이 블루수소 산업에 앞 다퉈 뛰어드는 추세이다. 하지만 블루수소는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만들 때 상당량의 메탄이 대기 중으로 빠져나가며 그 가운데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거나 활용하는 방안도 쉽지 않아 궁극의 수소라 볼 수 없다.

   
 

블루수소와 관련 국내 기업들의 현황을 살펴보면 우선 SK E&S가 한국중부발전과 3,0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25년까지 보령에 청정수소 생산기지를 완공하고 연간 25만톤 규모의 블루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20만톤은 기체 파이프라인으로 인근 연료전지 발전사업에 활용하고 5만톤은 액화과정을 거쳐 전국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플라스틱의 원재료인 폴리머 제품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확보했고 SK머티리얼즈는 부생수소 생산공정 중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 확보에 성공했다.

이어 포스코도 해외 가스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블루수소로 개질하고 이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가스전에 다시 주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는 2030년까지 블루수소 50만톤 생산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아울러 현대오일뱅크는 사우디의 아람코와 협력해 LPG를 수입, 블루수소를 생산해 차량이나 발전용 연료로 판매할 계획이고 발생한 이산화탄ㄴ소는 아람코에 공급해 현지 유전 석유 생산 증진용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정부 역시 한국가스공사가 운영 중인 LNG 인수기지 인근에 블루수소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운영 중인 5곳(인천·평택·통영·삼척·제주)과 추가로 건설 중인 당진 LNG 인수기지까지 CCUS 기술을 도입해 블루수소 생산을 지원하고 이를 인근 수요처에 공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출할 계획이다.

 

그린수소로 가는 중간역할 ‘청록수소’

탄소포집 필요 無, 소전력 생산 가능

 

아직까지 수소의 종류를 나눌 때 그레이, 블루, 그린 수소 3가지로 나누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블루수소에서 그린수소로 가는 중간단계로 청록수소가 주목을 받고 있다.

청록수소는 고온 반응기에 천연가스를 넣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로 메탄(CH4)이 주성분인 천연가스를 수소와 고체탄소(Carbon black)로 분해해 수소를 생산한다. 즉 청록수소는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추출하되 이산화탄소를 기체상태가 이닌 고체상태로 분리해 낸다. 생산 과정에서 기체상태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기 때문에 블루수소 그린수소와 함께 청정수소로 분류된다. 블루수소와 달리 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그린수소를 생산할 때보다 적은 전력을 사용하는 장점이 있다. 수소 생산 공정에서 나오는 고체탄소는 타이어의 원료로 사용되는 카본블랙이나 이차전지의 음극제로 사용되는 인조흑연의 원료로 사용될 수 있어 블루수소처럼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암반지층과 같은 지하공간에 저장할 필요도 없다. 또한 음식물 쓰레기, 분뇨, 혹은 하수 등과 같이 유기성 폐기물에서 발생한 재생 천연가스에서도 청록수소의 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청록수소는 대량 생산이 어렵고 천연가스를 이용해 생산되기 때문에 생산 시 소요되는 비용의 변동성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하는 그린수소가 더 이상적이긴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수소경제시대에서 그린수소의 생산량은 소비량을 따라가지 못한다. 때문에 중간단계인 청록수소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청록수소는 천연가스를 고온의 반응기에 주입하고 열분해하여 수소를 만든다. 하지만 청록수소는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대량생산에 한계가 있다. 이에 현재 전 세계 여러 회사들이 청록수소 생산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나서고 있으며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청록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은 BASF(독일), 헤이저(호주), C제로(미국), 모놀리스(미국) 등이 있지만 청록수소를 상업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기업으로는 미국의 모놀리스가 유일하다. 이 회사는 현재 독자 개발한 반응기로 천연가스를 열분해해 청록수소를 생산하고 있으며 연간 생산규모는 수소 5,000톤, 고체탄소 1만5,000톤 규모로 알려져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주)아이에스티이가(대표 조창현)가 지난 7월 영국 LEVIDIAN사를 방문해 천연가스와 바이오가스에서 청록수소, 그래핀을 생산하는 LOOP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 및 생산하기로 하고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아직까지 상업적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지는 않지만 청록수소는 그레이수소에서 블루수소로 넘어가는 중간단계에서 수소 생산의 한 축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원 ‘그린수소’

온실가스 배출 無…상용화 과제 상존

 

현재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원이라 불리는 ‘그린수소’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원인물질을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 수소 생산방식으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잉여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수전해)해 생산한 친환경 수소이다.

하지만 그린수소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부터 전력을 만들어내는 생산단가가 높다는 문제점이 있고 수전해 설비의 효율 자체가 그렇게 높지 못해서 수소 생산을 위해 필요한 전력량이 높아 아직까지 본격 상용화하는데 여러 가지 해결해야할 문제점이 있다. 이에 이런 경제적, 기술적 문제 때문에 현재는 그레이수소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그린수소 생산에 사용되는 수전해 기술은 이미 성공했지만 아쉽게도 아직 효율이 충분하지 않아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전 세계는 수전해의 효율을 올리고 기타 비용을 떨어뜨리기 위해 활발하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현재 수전해로 생산한 수소 가격은 독일 기준으로 1㎏당 6달러로 블루수소보다 약 3배가량 높지만 2030년경에는 1㎏당 2.6달러 정도로 비용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수전해 설비비가 줄고 수전해 효율이 향상돼 운영비와 에너지 비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그린수소와 관련 해외기업들의 현황을 살펴보면 산업용가스 제조 기업인 에어프로덕츠기 지난 2022년 미국 체대 전력기업인 AES와 손잡고 미국 내 그린수소 플랜트 중 역대 최대 규모(일산 200톤급)의 그린수소 생산 설비 건설에 나서 오는 2027년 상용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에어리퀴드와 지멘스에너지가 그린수소 공급 확대를 위해 독일 베를린에 기가와트급 수전해(전기분해)장치 합작공장을 설립하고 상용 가동에 돌입했다.

국내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앞서 지난 2017년부터 260㎾급(제주)를 시작으로 1㎿급(울산), 2㎿급(나주), 3㎿급(제주) 등으로 그린수소 생산 실증사업을 확대해 왔다. 그린수소를 생산한 국내 첫 사례는 제주 상명풍력발전단지 내 500㎾급 규모의 그린 수소생산단지이다. 2020년 12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시운전 상태로 하루 35㎏가량의 수소를 생산하는 실증 작업을 완료했다. 특히 사업에 참여한 수소전문기업 지필로스는 국내 최초로 풍력발전의 잉여전력을 이용한 P2G그린수소생산 실증사업을 지난 2021년 4월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 사업에서 축적한 수전해시스템의 최적 운전조건과 그린수소 생산 데이터, 경제성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제주도에 3㎿급 그린수소 생산플랜트와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12.5㎿ 그린수소생산기지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어 지난해 10월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경기도 성남에 국내 최초 수력을 이용한 ‘수전해 기반 그린수소 생산시설’을 준공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재생에너지인 수력을 이용한 이번 그린수소 생산시설은 성남정수장 소수력 발전기 2기(700㎾)를 이용해 18톤의 물을 전기분해(수전해)해 하루에 188㎏(수소차 40대분)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수소는 2024년까지 성남 갈현동 수소충전소에 육상 운송(튜브트레일러) 방식으로 공급된다. 2025년부터는 현대자동차에서 개발 중인 이동형 수소충전소가 성남 정수장 인근에 설치돼 정수장에서 생산된 수소가 배관망을 거쳐 수소차에 바로 공급될 예정이다.

   
 

또 지난해 11월 삼성물산이 경북 김천시 김천 태양광발전소와 연계해 하루 0.6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저장·운송하는 시설을 구축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 100%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한 수소생산 시설을 만드는 프로젝트는 이번이 처음으로 2024년 12월까지 수전해 설비 등 시설구축을 마치고 2025년 1월부터는 실제 그린수소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현대건설도 전라북도 부안에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의 기본설계를 완료하고 올해 플랜트를 건설, 2025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청정 그린수소 생산에 나선다. 건설되는 기지는 국내 최초의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로 상업용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다. 2.5㎿ 용량의 수소를 하루 1톤 이상 생산하는 수전해설비와 250bar로 압축해 반출하는 출하설비로 구성됐으며 생산된 수소는 인근 수소충전소에 공급돼 수소 모빌리티에 활용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한국중부발전을 비롯해 알카라인 수전해기기 생산 전문업체인 테크로스 등과 연이어 수전해 활용 수소생산사업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으며 향후 컨소시엄으로 충남 보령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원전 이용한 ‘핑크수소’

경제성 높지만 친환경에너지로서 한계

 

이밖에 핑크수소는 원전에서 발생하는 전기와 고온의 증기를 활용해 물을 분해해 탄소배출 없이 생산되는 수소를 뜻한다. 특히 핑크수소는 이미 갖춰진 원전 인프라를 바탕으로 다량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수요를 충족시키고 수소경제를 이끌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원전을 활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에너지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로 물을 열화학 분해해서 생산하는 레드수소, 원자력의 열과 전기로 물을 열화학과 전기분해를 동시에 사용해서 얻는 퍼플수소도 있다. 현재 기술로는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활용해 저온(100℃ 이하)의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핑크수소만 생산이 가능하다. 핑크수소는 경수로형(LWR)에서 고분자전해질막연료전지(PEMFC) 기술을 활용해 생산할 수 있다. 이 경우 수소 생산에 사용된 전력의 단가가 낮고 운영율이 높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로 만든 그린수소 대비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미국 에너지부와 프랑스 국영전력회사 등이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한수원에서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현대엔지니어링과 SK에코플랜트는 초소형모듈원전(MMR) 전문 기업인 미국 USNC와 손잡고 탄소배출 없는 핑크수소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에 나선 바 있다. 해상풍력발전을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 플랜의 경우 이미 실행 단계에 들어갔지만 원자력 기반의 핑크수소는 그동안 구상 단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 3사의 협업을 통한 수소 마이크로 허브 구축으로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한편 항후 SOFC 기술이 상용화 된다면 고온열을 이용한 퍼플수소도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땅 속 매장 천연수소 ‘화이트수소’ 주목

미·유럽·호주 등 채굴 활동 활발

 

최근 세계 각지에서 매장 수소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수소를 인위적으로 생산하지 않고 자연 상태의 수소를 캐내는 ‘화이트(백색)수소’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일명 천연수소라 불리는 화이트수소는 천연가스처럼 땅 속에 모여 있는 순수한 수소 기체로 가장 이상적인 수소라 불린다. 그 자체로 이용 가능하다는 뜻을 색깔로 표현한 것이다.

지난 1987년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내륙국가 말리의 부라케부구 지역에서 우물을 파던 인부가 담배를 피우다가 새어나온 가스에 불이 붙어 화상을 입은 적이 있었다. 단순한 사고로 간주돼 잊힌 이 사건은 2007년 해당 지역에 대한 석유 및 천연가스 탐사를 시작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됐다. 폐쇄돼 있던 해당 우물을 개봉해 기체 성분을 조사하자 순도 98%의 수소가 땅속에서 분출하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몇 개의 시추공을 통해 해당 지역에 수소가 매장돼 있음을 확인한 사업자는 해당 수소를 발전기와 연결해 전력을 생산하기로 결정했고 약 7년에 걸쳐 마을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음을 알게 됐다. 아프리카 외진 곳에서 발생한 이 일은 2018년 국제수소에너지 학술지에 게재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어 2023년에는 프랑스 동부의 로렌 지방에 대규모로 매장된 수소가 프랑스 연구자들에 의해 발견됐다. 지하에 매장된 메탄가스를 측정하기 위한 연구 과정에서 대량의 수소가 매장돼 있으며 더 깊이 내려갈수록 순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깊이 1,200m 지점에서 순도 20% 수준의 수소가 발견됐는데 시물레이션 결과 지하 3000m 지점에는 순도 90% 이상의 수소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로렌 지역에만 4,600만톤에서 최대 2억6,000만톤의 수소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는 현재 전 세계에서 1년에 사용되는 수소의 양 약 1억톤 가량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다.

이처럼 프랑스에 대규모 수소가 매장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연구자들은 해당 지질구조와 유사한 미국, 호주, 스페인, 독일, 코소보, 핀란드, 스웨덴, 폴란드,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의 수소 매장 가능성을 타진했다. 2022년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발표한 모델에 따르면 지구 지각 내에는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수소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대부분의 수소가 경제적으로 채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원체 많은 양이 있기 때문에 석유와 마찬가지로 전체 매장량의 10% 정도만 경제성이 있어도 1조톤 규모에 이르러 수소의 대량 사용을 가능하게 해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매장된 수소는 석유나 가스처럼 뽑아내면 끝이 아니라 다시 지각 내에서 생성돼 빈 공간을 채울 수 있어 무한정 생산이 가능한 것도 큰 장점이다.

   
 

그동안 지층에 매장된 천연 수소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가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비교적 다량의 수소 매장 층이 발견되면서 셰일층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시추할 수 있었듯 수소 채굴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화이트수소 매장지는 미국, 동유럽, 러시아, 호주, 오만, 프랑스, 말리 등에서 발견되고 있다. 백색 수소의 존재와 경제적 가치가 알려지면서 이를 탐사하려는 벤처기업들도 늘고 있다. 호주의 스타트업인 골드하이드로젠은 지난해 10월 호주 남부 요크반도에서 천연 수소 채굴작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2024년 말에는 실제 수소 채굴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빌 게이츠가 동업자와 설립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는 콜로라도에서 수소를 탐사하고 있는 콜로마라는 기업에 9,000만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회사는 시추 장소 및 상용화 시점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밖에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대호 주변, 동해안 지역 등에서 대규모 수소 매장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내추럴하이드로젠에너지사가 탐사 작업을 시작한 상태이다.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가시적 성과가 조만간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화이트수소 시추는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이 걸릴 수 있는 불확실한 사업이기 때문에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화이트수소를 생산해서 상업화하려면 생산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 개발이 필요하고 생산 비용이 다른 형태의 수소보다 비싸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생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더욱이 생산 과정에서도 일부 환경오염이 발생할 수 있어 친환경 생산 기술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CCS 방식을 이용한 블루수소와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그린수소를 포괄하는 개념인 청정수소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은 화이트수소에 대한 관심은 크게 없는 상황이다.

 

메탄 열분해로 수소 만든다

터키오스수소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그린수소 등 수소 생성방법과 탄소배출에 따라 붙은 여러 수소와 달리 최근 유럽에서 주목받고 있는 새로운 수소가 있다.

터키오스수소라 불리는 이 수소는 전기분해를 통해 얻어지는 수소와 달리 고온인 섭씨 1,000~2,000℃ 메탄 열분해를 통해 생산된다. 이 수소는 메탄 분자 분해가 물 분자 분해보다 더욱 쉬워 전기분해로 만들어진 그린수소보다 최대 8배나 적은 전기가 소모돼 생산 비용이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더욱이 열분해에는 물이 사용되지 않아 수질 처리에 비용을 투자할 필요가 없어 수소 1㎏ 당 생산비용은 더욱 저렴하다. 또한 경제적 측면 뿐 만 아니라 열분해는 무산소 상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어떠한 온실가스도 배출하지 않아 터키오스수소는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탁월한 평가를 받는다.

물론 터키오스 수소는 미국과 호주 독일 등이 메탄과 촉매를 이용하는 열분해를 연구 중에 있지만 아직까지는 실험 또는 시연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 세계가 현재 그린수소의 연구와 상용화에도 벅찬 상황이지만 몇몇 나라가 이미 연구에 들어 간 것을 보면 터키오스수소는 분명 산업부문에서 매력적인 에너지원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터키오스수소에 대한 상용화 연구를 진행해 수소산업에서의 우위를 선점해야한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김호준 기자 reporter@igasnet.com

<저작권자 © 아이가스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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