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장탱크, 배관 등 임대사용료 부과 필수
저가의 가스 가격에 투자비 엎는 현실은 불공정
사용자의 임대료 부담은 현실적 대안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임대형식의 실사용 제품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비데, 정수기, 침대, 안마의자, 자동차 등 고가의 제품을 일시금으로 구매하기보다는 24~60개월로 분할구매 또는 장기임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인들은 장비의 임대에 따른 실사용에 대해서 분할구매 또는 임대료 지급을 당연하게 여기는 인식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여기에 사용되는 수도료나 주유비, 전기료 등이 포함되는 경우는 없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가스 가격에 포함돼 시설 투자됐던 수천만 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산업용가스 저장탱크 및 배관설비 등에 대해 사용자로부터 별도의 임대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편집자 주>
저장탱크 등 설치 임대차계약 확산
산업용가스업계는 그동안 가스 공급을 목적으로 한 투자개념으로 수요처에 배관 및 저장탱크를 설치해주고 가스 판매를 통한 수익만으로 투자비를 회수해 왔다. 이 때문에 가스공급가격이 자가 설비 사용자에 비해 높다거나 과잉 투자를 유도하는 등 공급자와 사용자 간의 불협화음이 끊임없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수천만 원 이상이 투자되는 저장탱크 등의 임대와 관련해 감가상각도 안 되는 상황에서 가스 가격 인하요청마저 뒤따르자 임대료 부과에 대한 분위기 형성과 당위성이 드러난 것이다.
더욱이 일부 액메이커가 중심이 돼 안정적인 가스 공급을 명분으로 거래 중인 충전제조업계 등의 거래처에 임대한 장비와 설비 등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추진한 것도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액메이커는 과거 가스공급물량의 확대를 위해 충전소와 수요처 등에 고가의 저장탱크 등을 빌려주고 장기계약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확대해 왔다. 그동안 이들 업체는 장비 등에 대한 감가상각의 방식으로 공급 중인 가스의 가격에 포함해 왔으나 가스 사용량의 증감(특히 감소)이 변수로 나타나면서 투자비에 대한 회수가 어려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가스 공급량 및 공급 가격과는 별개로 5~10년의 감가상각기간을 설정하고 별도의 장비 임대차계약을 통해 사용료를 청구하는 방식으로 공급계약을 갱신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수요처는 평균 사용량에 따라 5톤 미만의 장비를 설치해도 되지만 가스 공급에 대한 불안과 향후 사업확장 가능성을 예상해 가스 사용량을 부풀려 중대형 저장탱크의 설치를 요구하는 예도 있다. 이 경우 투자비가 대폭 증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가스 공급업체의 부담으로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호시탐탐 영업을 확장하려는 경쟁사의 눈치 때문에 가스공급가격을 대폭으로 인상하기에도 쉽지 않다.
어떤 경우는 가스업체로부터 임대한 가스 저장탱크나 배관 등의 설비 등에 대해 사용자가 은행에 담보로 제공한다거나 매각 자산의 일부로 부풀려 설정함에 따라 거래처의 부도 또는 담보 설정 때문에 회수의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다.
이는 사용자가 임대차계약 없이 가스 공급 가격에 가스 저장탱크와 배관설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착각하거나 자산으로 유입시키는 예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 사용료와 장비 임대료는 별도
일반적으로 산업용가스의 사용을 위한 장비나 설비에 대한 투자비는 설치 규모에 따라서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백억 원을 넘어서기도 한다.
온사이트형 ASU플랜트의 경우는 1천억 원이 넘는 예도 있지만 대부분의 계약 방식은 설비에 대한 감가상각비를 별도로 책정하는 동시에 전력비 증감에 따른 생산원가 연동형으로 계약을 체결해 분쟁 소지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중소규모 수요처의 경우 벌크 운송이 필요한 5~30톤, 50톤형 저장탱크를 설치하고 별도의 사용 배관을 운용하고 있다. 일부는 투자비를 직접 부담해 자산화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많은 경우는 다수의 가스공급업체로부터 경쟁적으로 투자하도록 유도해 초기 투자비를 절감하고 가스를 공급받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이때 가스공급가격에 대한 협상은 설비 투자비에 대한 감가상각비와 원료 가스 공급 가격, 기타 운영비 등이 합산돼 협의가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경쟁 관계에 있는 가스 공급자 간의 부추김과 치열한 눈치작전에 휘말려 적정 수준의 가격책정은 그다지 녹록한 분위기가 아니다.
이에 따라 이미 투자된 설비에 대한 감가상각은 뒷전이고 가스공급가격에만 초점이 맞춰져 협상이 진행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액메이커의 공장도 공급 가격이 kg당 200원이라고 가정할 때 충전제조기업의 가스 공급을 위한 운송비와 탱크로리의 감가상각비 및 제반 운용비를 포함하면 대략 280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분석하면 공급 비용을 포함한 매출은 300원이 될 수 있고 영업이익은 20원이 된다. 물론 수요처에 설치된 설비 투자비는 제외된 부분이다.
따라서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수요처 관리를 위한 투자비가 3천만 원이라고 가정할 때 사용량이 월 50톤 규모인 경우 월 1백만 원의 영업이익 중 순이익이 얼마가 될는지는 쉽게 언급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결국 3천만 원의 투자비에 대한 감가상각은 생각하기도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기도 하다. 가스업계가 자초해 낸 일이긴 하지만 흔한 말로 앞으로는 남지만 뒤로는 밑진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더욱이 최근에는 신규 장비 설치비는 제품 원가 비용의 대폭적인 인상에 따라 1~2년 전에 비해 평균 20~30%에 달하는 경제적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다. 따라서 빌린 돈에 대한 이자를 내야 하는 것처럼 임대 장치의 사용자에 대한 임대료 부과는 정당하기도 하지만 당연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
결국 가스산업에 있어서 사용자의 직접 투자가 아닌 이상 장비를 임대해 사용하면 임대료에 대한 계약은 당연한 권리와 의무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가스 공급에 따른 적정수준의 가격 체결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스업계도 감정적인 출혈경쟁을 자제하고 스스로 품격을 갖춘 시장을 유지하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져야 할 대목이다.
수요처의 입장에서도 위험부담에 노출된 안전한 가스 사용을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비용지출과 함께 안정적인 가스 사용과 안전관리에 대해 정당한 요구를 할 수 있도록 자신의 처지를 구축하기를 기대한다.
이락순 기자 rslee@igas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