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은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시간이 지나갈수록 추억을 되돌아보며 살아간다고 한다. 그렇지만 더 오랜 세월이 지날수록 자신의 기억 속에서 좋은 추억보다는 서툴고 잘못한 일과 나쁜 기억이 더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씁쓸함이 더해 간다.
세상 누구나 나쁜 기억, 부끄러운 기억,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은 모두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같은 기억을 다 지울 수 있다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지나간 일들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 현실임을 깨닫게 한다.
거기다가 허구한 날 좋지 못한 일들은 왜 자신한테만 생기는 것인지에 대한 자괴감과 비관도 함께 따른다.
분명 좋은 일이 더 많이 있었고 흐뭇한 추억도 잊지 않고 있을 법한데 후회를 동반한 기억만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나쁜 기억은 부정과 긍정 사이에서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부족해서 좋은 일은 쉽게 잊고 나쁜 일만 후회와 반성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쁜 기억은 앞으로의 행복을 찾기 위한 가장 확실한 힌트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과거에 대한 반성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면서 미래를 이어 나가는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
당장은 죽을 것같이 힘들더라도 조금만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듯이 기억은 시간을 먹고 흐려지는 동시에 상처는 옅어진다. 시간이 기억을 그렇게 조금씩 지우고 있다.
그래서 언제 그랬냐고 기억을 되돌릴 만큼의 순간을 이겨내는 기술을 터득한다면 좋겠다.
지금의 나와 나쁜 기억을 가진 나는 분리돼 있지 않다. 그리고 좋은 일이 많았던 나도 다른 사람이 아니다. 모두 똑같은 기억 속에서 동상이몽을 할 뿐이다. 이 모두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넘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가 돼버리고 만다. 시간을 되돌리거나 멈출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는 없다. 흐르는 시간 동안 멈춰 서 있을 것인지 일어설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자신에게 있다.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무의식과 감정의 지배를 받는 존재인 만큼 나쁜 기억에 대한 감정을 5배 이상 노력해서 해소하지 않으면 생각과 감정은 쉽게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현실에 순응하고 주어진 삶에 감사하라고 강조하는가 보다. 따라서 문제가 해결돼야만 받아들이고 자신이 원하는 상태가 돼야만 수긍을 하는 조건에 현실을 맞출 수는 없다.
결국 내가 중심이 된 세상은 있지만 나를 중심으로한 세상은 어디에도 없으므로 바로 옆에 있는 누군가와의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흐르는 시간을 헛되지 않게 보내기를 기대해 본다.
이락순 기자 rslee@igas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