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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 위기의 효성화학, 실적 반등 언제오나?

기사승인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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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무구조 정상화 시급…하반기 업황 회복에 기대

   
 

1분기 부채비율 9,940% 기록

2분기 자본잠식 우려

 

최근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효성화학이 자본잠식 등 재무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가운데 향후 회사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이러한 회사의 위기와 관련해 유상증자 방안과 영구채 발행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회사 측은 근본적으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 회복이 관건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효성그룹의 계열사로 그룹으로부터 2018년 지주사 전환을 위해 인적분할한지 5년째를 맞은 효성화학은 지난 2021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6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1분기 45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효성화학의 자산총계는 3조3,000억원으로 자본총계는 329억원(2021년 5,015억원)이다. 반면 부채총계는 3조2,764억원(2021년 2조5,548억원)으로 부채비율은 9,940.57%로 집계됐다. 이는 코스피 상장사 중 가장 높은 수치로 지난 2021년 말 510%와 비교하면 약 20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특히 효성화학은 올해 1분기 이자비용만 422억원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536억원) 대부분이 이자비용으로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뿐만 아니라 2분기에도 적자가 예상되고 있어 회사 측으로서는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처럼 올해 들어 재무건전성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신용평가사들도 효성화학의 신용도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효성화학의 신용도가 A-급까지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다음 분기에 별도의 자본 확충이 없을 경우 자본총계가 줄어들어 효성화학이 자본잠식으로 들어설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재무 악화의 시작 ‘베트남 사업’

설비 결함 등으로 공장 가동률 부진

 

효성화학의 이러한 재무 악화의 시작은 베트남 사업 부진이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효성화학의 베트남 법인은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이 지난 2016년 야심차게 결정한 글로벌 사업이다. 효성화학의 주력 제품인 폴리프로필렌(PP)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겠다는 뜻에서 총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액화석유가스(LPG)→탈수소공정(DH)→프로필렌→PP’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이를 위해 2018년 효성비나케미칼을 설립했고 동남아 거점을 구축해 나갔다. 당시 조현준 회장은 베트남이 글로벌 시장 공량의 최적지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투자자들을 상대로 기업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베트남 사업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에 효성비나케미칼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순차적으로 생산시설을 완공하고 2022년부터 베트남 설비 수직계열화를 마무리하고 큰 폭의 실적 성장을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 실적은 설비 결함으로 인해 무한 설비 정밀점검과 정기보수에 돌입하면서 가동률이 저하되며 생산이 급감해 손실이 눈덩이처럼 쌓이게 됐고 막대한 투자비용으로 인해 부채 규모는 점점 커져만 갔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석유화학 업황 악화까지 더해지며 위기로 내몰렸다. 특히 효성화학의 주력제품인 PP가 중국 등 공급물량 증가로 스프레드(화학제품별 수익성 지표)가 급격히 악화됐다. PP스프레드(PP가격에서 프로필렌 가격을 뺀 값)는 2020년 211달러, 2021년 168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39달러로 떨어졌으며 올해 1분기에는 118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효성화학은 폴리프로필렌(PP)과 고순도테레프탄산(TPA), 필름(PET·나일론·TAC필름), 삼불화질소(NF3) 등 석유화학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회사로 유가, 원재료 가격에 따라 제품 가격이 변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유증 대신 영구채로 자본 확충?

지주사 체제 유지 감안

 

베트남 사업의 부진으로 효성화학이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에 내몰리면서 최근 증권가에서는 효성화학의 대주주인 효성을 중심으로 유상증자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효성화학 측은 낮은 시가총액(2,600억원)과 특수관계인(오너일가) 지분희석 가능성 때문에 유상증자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적극 부인하고 나서면서 영구채 등 채권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말 효성화학 지분을 살펴보면 지주사인 효성이 20.1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이어 조현준 회장 8.76%, 조석래 명예회장 7.43%, 조현상 부회장 7.32%, 조현문·조현준·조현상 형제의 어머니 송양자 여사 0.73% 등 오너 일가가 주요 주주로 있지만 총 44.77%에 불과해 자칫 유증으로 효성의 지분율이 희석될 경우 지주사 지분율 요건(상장 자회사 20%)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 아울러 흥행에 실패할 경우 주가 하락은 물론 계획된 자금 조달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와 함께 현실적으로 효성의 자금 사정도 유증에 불리하다. 출자에 나서기 위해서는 자회사 배당을 늘려야 하지만 당장은 불가능하다. 더불어 효성그룹은 지주사 체제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22조, 상법 제542조 등을 감안할 때 계열사인 효성첨단소재·효성티엔씨의 효성화학 유증 참여 및 효성에 대한 자금 대여도 금지돼 있다. 이로 인해 당장 유상증자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지주사 효성의 효성화학에 대한 낮은 지분율 등을 감안하면 향후 유상증자사 공모보다 지주사 효성에 대한 제3자 배정 유증 정도만 가능한 상황이다.

효성화학 측에서 유상증자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증권가에서는 1,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영구채가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되고 증자보다 유상증자보다 안정적인 자금 확보가 가능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효성화학 측은 당장 시급한 운용자금과 관련해 영구채 발행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금액이나 시기는 조율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증권가를 중심으로 영구채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확정사항은 아니다”라며 “현재 영구채 발행 등 자본 확충 방안과 관련해 시기 등 전반적인 사항을 논의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현재 효성화학의 자본 확충 방안으로 영구채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영구채가 5년 후 조기상환할 권리(콜옵션)가 붙는데 이를 변제하지 못하면 스텝업 조항에 따라 이자 비용이 늘어나게 돼 결국 회사의 경영 여건이 회복되지 않으면 오히려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효성화학이 영구채 발행 이후 잉여금을 늘리거나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하는 등 실질적인 방안이 수반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편 자본잠식에 빠진 계열사의 재무 부담이 효성그룹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효성화학의 천문학적인 부채 비율로 인해 주가까지 지속 하락하자 조석래 명예회장이 잇따라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신뢰 회복에 나선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이달 7월 10일부터 총 37억6,854만원을 투입해 지주사인 효성을 비롯해 효성티앤씨·효성화학 등 계열사 주식을 연이어 매입했다.

회사 측은 “이번 조 명예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고 업계에서도 주가 부양을 위한 책임경영의 일환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글로벌 업황 회복 조짐·베트남 공장 정상화

향후 점진적 실적 개선 기대

 

효성화학은 그간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던 베트남 공장이 최근 정상 가동에 돌입했고 최근 석유화학 업황 회복 조짐을 보여 향후 점진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사들은 “동남아시아는 잠재적 수요가 많은 시장으로 효성화학의 베트남법인은 하반기 흑자로 전환될 수 있다”면서도 “위험요소가 지속적으로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아울러 “석유화학 업황이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아직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극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면서 하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욱이 중국이 자국 내 PP설비 증설로 물량을 크게 늘리면서 아시아 지역 내에서 공급과잉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 역시 효성화학으로서는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중국은 석유화학 설비를 공격적으로 증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5년경 중국의 에틸렌 등 기초유분과 중간원료 자급률이 100%에 달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설비 증설에 나선 건 내수용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전해지지만 중국에서도 2024~2025년경 생산 능력이 상당히 늘어나기 때문에 순 수출용으로 전환될 품목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효성화학으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스페셜티 사업 강화 및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

 

일단 효성화학은 본업인 석유화학 제품을 중심으로 재무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스페셜티 사업을 강화를 위해 옥산공장에 삼불화질소(NF3) 공장 증설을 추진, 최근 연간 1만2,000톤에 달하는 양산 체제를 갖췄다.

NF3는 디스플레이나 반도체 등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이물질을 세척하는 특수 가스로 첨단기술의 발전에 따라 수요가 지속 증가세인 만큼 이를 통해 실적 상승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효성화학은 최근 탄소 포집 저장·활용(CCUS)의 일환으로 액체질소를 이용한 탄소분리 기술 개발과 수소 생태계 조성 등 신사업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어 주목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사업을 통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면서 위기를 돌파해 나갈 것이란 관측이다.

효성화학은 지난 5월부터 액체질소를 이용한 이산화탄소(CO2) 냉각분리 기술을 적용한 파일럿 설비를 울산 용연공장에 설치하고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다. 효성화학은 이번 시운전을 통해 탄소포집 성능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연 10만톤 규모의 습식아민 CO2 포집공정 기술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습식아민 CO2 포집은 이산화탄소만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유기화합물인 아민을 이용해 탄소를 걸러내는 방식이다. 액체상태의 아민을 활용해 이산화탄소만 별도로 걸러낸 뒤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모아진 이산화탄소는 향후 별도 장소에 저장하거나 그린수소의 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효성화학이 효성중공업, 독일 린데그룹과 함께 추진 중인 용연공장 내 연 1만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공장 작업도 연내 마무리될 전망이다. 액화수소는 기체수소를 극저온 상태(-253도)로 냉각해 액화된 수소로, 고압의 기체수소와 비교해 안전성과 경제성 면에서 강점이 있다. 이에 효성중공업은 액화수소공장 완공 시점에 맞춰 정부의 대형 상용 수소차 보급 정책에 따라 전국 30여곳에 대형 액화수소 충전소도 건립할 계획이다.

효성화학 관계자는 “효성중공업 주도로 지난 5월 파일럿 설비를 시범운영한 이후 문제점과 개선점을 파악한 후 추가로 시범운영을 진행하고 있다”며 “액화수소공장 작업도 연내 차질 없이 마무리하는 등 수소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효성화학이 글로벌 석유화학 수요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 베트남 생산 차질 등 악재로 인한 재무부담 확대에도 수소 생태계 확대 등 신사업 투자에 나서는 것은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락순 기자 rslee@igasnet.com

<저작권자 © 아이가스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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